공정거래법과 온라인 플랫폼 규제: 시장지배력 남용부터 불공정거래까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은 시장에서의 경쟁을 보호하고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를 규율하는 경제질서의 기본법이다. 최근에는 검색·전자상거래·앱마켓·배달·모빌리티 등 온라인 플랫폼이 시장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면서, 기존 공정거래법의 틀을 플랫폼 생태계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글에서는 공정거래법의 주요 규율 유형을 정리하고, 플랫폼 규제의 흐름과 실무상 유의점을 살펴본다.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공정거래법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상품·용역의 가격이나 수량 등의 조건을 좌우할 수 있는 시장지위, 즉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그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여부는 시장점유율, 진입장벽의 존부와 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며, 일정 점유율을 넘는 경우 추정 규정이 적용된다.
남용행위의 유형으로는 부당하게 상품 가격을 결정·유지·변경하는 행위, 부당하게 상품 판매나 용역 제공을 조절하는 행위,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거나 소비자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 등이 규정되어 있다. 플랫폼 맥락에서는 특히 다음 유형이 문제된다.
- 자사우대: 자사의 상품·서비스를 검색 노출 등에서 유리하게 취급하여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행위
- 멀티호밍 제한: 입점업체가 경쟁 플랫폼을 함께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약하는 행위
- 최혜대우 요구: 다른 플랫폼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강요하는 행위
- 끼워팔기: 지배력 있는 서비스에 별개 서비스를 결합하여 강제하는 행위
불공정거래행위
시장지배적 지위에 이르지 못한 사업자라도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불공정거래행위를 하면 규율 대상이 된다. 불공정거래행위는 거래거절, 차별적 취급, 경쟁사업자 배제, 부당한 고객유인, 거래강제, 거래상 지위의 남용, 구속조건부 거래, 사업활동 방해 등 여러 유형으로 분류된다.
플랫폼과 입점업체의 관계에서 자주 문제되는 것은 거래상 지위의 남용이다.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경우, 불이익 제공, 구입 강제, 경영간섭, 불이익한 계약조건의 일방적 변경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판단의 핵심은 거래 상대방이 해당 플랫폼과의 거래를 중단하기 어려운 정도의 의존성, 즉 거래상 지위가 인정되는지, 그리고 그 지위를 이용한 행위가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한지에 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흐름
온라인 플랫폼은 다면시장, 네트워크 효과, 데이터 집중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전통적 시장과 다른 경쟁 동학을 보인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커지고, 그 결과 승자독식과 고착 효과가 나타나기 쉽다. 이에 따라 각국은 사후적 경쟁법 집행만으로는 대응이 늦다는 인식 아래 사전적·구조적 규율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한 규율 방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논의의 축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규율로, 계약서 교부, 주요 거래조건의 명시, 일방적 계약변경·정지 시 사전통지 등 투명성과 절차적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다른 하나는 시장에 지배적 영향력을 가진 대형 플랫폼의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 등 반경쟁 행위를 신속하게 억제하기 위한 경쟁 규율이다.
기업 실무 관점에서는 규제 형태가 확정되기를 기다리기보다, 현행 공정거래법의 해석·집행이 플랫폼 행위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별도의 플랫폼 특별법이 없더라도 현행법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불공정거래행위 조항을 통해 자사우대 등을 규율할 수 있으며, 실제로 심사지침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해 왔다.
제재와 절차
공정거래법 위반이 인정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과징금은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에 일정 부과기준율을 곱하여 산정하며, 위반행위의 중대성, 기간, 반복 여부 등에 따라 가중·감경된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나 부당한 공동행위 등 중대한 위반은 형사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
절차적으로는 심사관의 조사, 심사보고서 작성, 피심인의 의견제출, 위원회의 심의·의결이라는 준사법적 과정을 거친다. 피심인은 심의 과정에서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으며, 위원회의 의결에 불복하는 경우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 또한 자진신고자 감면제도가 운영되어, 부당한 공동행위에 가담한 사업자가 자진하여 위반사실을 신고하고 조사에 협조하면 과징금·고발이 감면될 수 있다.
실무 대응 방향
플랫폼 사업자와 대규모 사업자는 다음 사항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자사 서비스의 노출·추천 알고리즘이 자사 상품을 부당하게 우대하는 구조는 아닌지 검토하고, 그 기준을 문서화한다. 둘째, 입점업체·협력업체와의 계약에서 일방적 변경, 불이익 제공,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조항이 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없는지 살핀다. 셋째, 결합판매·번들 정책이 별개 상품의 강제 구매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한다.
경쟁법 리스크는 사후 제재의 규모가 크고 평판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므로, 신규 사업모델이나 정책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경쟁법 관점의 사전 검토를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시장에서의 지위가 강할수록 동일한 행위라도 위법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지위에 비례한 자율적 준법 기준을 마련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